버드렉스 심층 분석
북극토끼 위에 얹힌 식물 왕관
디자인은 북극토끼에 왕관과 꽃봉오리를 결합했다. 긴 다리와 가느다란 몸, 귀의 윤곽은 동물을 연상시키고, 머리와 목에는 열매와 꽃잎, 식물 특유의 요소가 들어간다. 유럽 동화에 등장하는 왕과 자신의 영토를 지키는 군주의 이미지도 시각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왕관의 설원이라는 배경은 유적, 눈, 오래된 농경 전설을 통해 갈랄의 스코틀랜드풍 분위기를 더한다.
영어 이름 Calyrex는 꽃의 꽃받침이나 껍질을 뜻하는 calyx와 왕을 뜻하는 rex를 합친 말이며, 탈것과 결합했을 때는 기병도 연상시킨다. 일본어 이름인 Budrex도 같은 발상을 유지한다. bud는 ‘싹’, rex는 다시 ‘왕’을 뜻한다. 분류는 왕 포켓몬이지만, 그 권위는 폭군 같은 태도가 아니라 수확과 치유를 통해 드러난다.
신하를 잃은 왕
버드렉스는 8세대에서 포켓몬스터소드·실드의 추가 콘텐츠인 왕관의 설원의 중심 인물로 등장했다. 이야기는 오래전에 신앙을 잃은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민들이 버드렉스를 기억하지 않게 되면서 힘이 약해졌고, 탈것과의 유대도 잃었다. 모험을 통해 그 관계를 회복하고 왕이 다시 온전히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된다.
두 가지 다른 모습은 진화가 아니다. 서로 다른 두 종과의 합체이며, 하나의 신화를 두 가지로 해석한 결과다. 하나는 얼음과 연결된 기수이고, 다른 하나는 유령과 연결된 기수다. 기본 모습은 에스퍼/풀 타입을 유지하지만, 탈것이 바뀌면 실루엣과 배틀에서의 역할이 완전히 달라진다. 다른 생물에 크게 의존해 서사가 완성되는 종은 매우 드물다.
세 모습의 버드렉스, 세 가지 용도
스토리에서는 기본 모습이 다재다능한 특수 어태커로 활약한다. 염동력과 메가드레인이 초반 배틀을 받쳐 주고, 진행하면서는 기가드레인, 사이코키네시스, 에너지볼이 무난한 공격 기술 구성을 유지해 준다. 그래스필드와 사이코필드는 보조 역할을 하며, 치유파동은 약해진 아군을 살려 두려는 팀과 잘 맞는다.
경쟁전에서는 기본 모습과 두 기수 모습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버드렉스 백마 탄 모습은 묵직한 물리 어태커로 사용되며 보통 트릭룸을 활용하고, 버드렉스 흑마 탄 모습은 스피드와 특수 화력에 집중한다. 세 모습의 공통점은 다른 포켓몬을 타면서 능력치, 타입, 전용 기술이 바뀐다는 점이다. 기본 모습을 사용한다면 약점을 찌르는 상대에게서 지켜 주고, 준비 턴을 벌받게 만들 수 없는 적을 상대로 내보내는 것이 좋다.
교배할 수 없는 전설의 포켓몬
알 그룹이 발견되지 않음이라는 설정은 이야기에서의 취급과도 잘 맞는다. 맡기미집에서 번식하는 종도 아니고, 진화 계통의 일부도 아니다. 왕관의 설원에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동안 한 번만 만날 수 있으며, 모습은 선택한 탈것에 따라 달라진다. 블리자포스와 합체하면 버드렉스 백마 탄 모습이 되고, 레이스포스와 합체하면 버드렉스 흑마 탄 모습이 된다.
도감 설명은 버드렉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순을 반복해서 보여 준다. 앞을 가로막는 자에게는 엄격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뒤에는 상대의 상처를 치료한다. 흔한 의미의 전쟁 군주는 아니다. 버드렉스의 힘은 땅의 비옥함과 마음의 회복, 그리고 갈랄 사람들이 간직한 기억으로 측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