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마네로 심층 분석
거꾸로 그린 오징어
칼라마네로는 거꾸로 배치한 오징어에서 출발했다. 디자이너인 아리가 히토시는 그림책에서 오징어가 자주 묘사되는 방식에서 그 자세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몸통의 빛과 최면은 먹잇감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매혹하기 위해 색을 바꿀 수 있는 두족류를 떠올리게 하며, 촉수의 방향은 흡혈오징어도 연상시킨다. 여기에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촉수, 고정된 시선, 다른 존재를 지배하는 정신 능력이 더해져 실루엣은 SF 악당 같은 인상을 준다.
영어 이름 Malamar는 mal-과 calamari를 떠올리게 하며, ‘나쁜 바다’를 연상시키는 말장난일 가능성도 있다. 일본어 カラマネロ —칼라마네로—는 이탈리아어 calamaro와 nero, 즉 ‘오징어’와 ‘검은색’을 조합한 이름이다. 이름에서 먹물과 어두운 분위기가 암시되지만,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먹물보다는 최면과 뒤집힌 몸의 방향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방향에 따라 결정되는 진화
오케이징 계통은 Nintendo 3DS의 자이로 센서를 중심으로 설계됐다. 본체가 뒤집힌 상태에서 레벨 30을 올려야 진화하는 조건은 방향 센서가 없는 이전 휴대용 본체에서는 만들 수 없었다.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에서도 본질적으로 같은 조건이 유지되지만, 휴대 모드로 플레이하면서 본체를 뒤집어야 한다.
칼라마네로는 6세대에서 처음 등장했고, 처음부터 일반 특성으로 심술꾸러기를 받았다. 심술꾸러기를 숨겨진 특성으로만 지닌 경우가 많았던 다른 사용자들과 달리, 이 조합은 칼라마네로를 돋보이게 했다. 7세대의 포켓몬스터 썬·문에서는 도감 설명 없이 등장했지만, 포켓몬스터 울트라썬·울트라문에서는 전용 설명을 받았다. 8세대에는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에 확장 콘텐츠를 통해 돌아왔지만, 포켓몬스터 브릴리언트 다이아몬드·샤이닝 펄과 Pokémon LEGENDS 아르세우스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엄청난힘의 활용법
배틀에서의 발상은 간단하다. 수동적인 상대 앞에 내보내 엄청난힘을 사용하고, 상대의 능력치 하락을 공격과 방어 상승으로 바꾼다. 탁쳐서떨구기는 엄청난힘을 견디는 포켓몬을 상대하면서 지닌물건까지 없애고, 잠자기와 잠꼬대를 조합하면 작전을 망가뜨리는 화상, 독 같은 상태 이상도 무시할 수 있다. 위협이나 경기의 흐름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하는 능력치 하락 기술처럼, 상대가 능력치를 낮추는 요소도 이용할 수 있다.
문제는 여러 턴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스피드가 73이라 많은 어태커에게 선공을 허용하고, 벌레 타입에 4배 약점을 찔리므로 유턴 한 번에 그대로 쓰러질 수도 있다. 페어리 타입 포켓몬도 강화가 쌓일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따라서 빠른 대응 수단이 이미 약해졌고 상대가 즉시 공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
세대를 가로지르는 빛
포켓몬 도감 설명은 첫 등장부터 같은 핵심을 유지해 왔다. 몸통의 빛으로 최면을 걸고, 자신을 바라본 상대를 조종하며, 먹잇감을 끌어당긴 뒤 촉수로 휘감는다. 이후의 설명에서는 최면 뒤의 기억 상실이나, 범죄자들이 그 힘을 이용한다는 더 어두운 세부 묘사도 추가됐다.
Pokémon LEGENDS Z-A에서는 메가칼라마네로도 등장한다. 이 모습은 정신을 조종하는 악당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더 커진 뇌와 머리를 감싼 촘촘히 말린 촉수, 여러 색의 빛으로 그 특징을 과장했다. 이제 힘은 최면에만 그치지 않고 인격과 기억까지 바꿀 수 있다. 거꾸로 된 오징어에서 시작한 계통은 이렇게 타인을 조종하는 지성의 이미지와 결합하게 되었고, 독파리는 독을 지닌 촉수와 해양 생물을 훨씬 직접적으로 해석한 모습에 해당한다.